로프리 플로우 팬텀 블랙/Lofree Flow Phantom Black 리뷰
프롤로그
이번 리뷰는 제가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걸었던 로프리 플로우 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때부터 풀 알루미늄 하우징과 공장 윤활된 POM 재질의 스위치를 로우 프로필 사이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판딩 당시에도 모금 목표액을 훌쩍 넘겨서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펀딩의 경우 모금이 종료되어도 실제 제품이 생산되어서 수령받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저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도 높은 인기 덕에 정식 생산도 곧바로 진행 되었고, 이미 많은 분들이 리뷰를 다뤄주기도 했습니다. 마침 휴대용으로 사용중이던 누피 에어가 페어링 끊김 현상 때문에 새로운 모델로 바꿔줄 필요가 있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고 기대했던 제품이기에 직구대행을 통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로프리 플로우의 옵션은 블랙과 화이트 두가지 색상과 리니어와 택타일 두가지로 총 4개의 옵션을 제공합니다. 안타깝게도 블랙 색상은 택타일, 화이트 색상은 리니어로만 제공되며 스위치는 별도로 구매가 가능하고 핫스왑이기에 원하는 색상과 스위치를 매칭 하려면 추가로 스위치를 구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가 구매한 옵션은 블랙에 택타일 스위치인 팬텀 블랙입니다. 원래부터 택타일 스위치를 좋아하고 블랙 컬러를 선호하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하였습니다.
그럼 커스텀 키보드의 요소를 로우 프로필에 녹여낸 로프리 플로우의 키감은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언박싱
1% 투명 키보드와 유사한 패키징입니다. 다만 구성품이나 포장 모두 훨씬 간결합니다. 부피가 훨씬 작은 로우 프로필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패키지의 부피도 작겠지만, 윈도우/맥 사용자를 위한 추가 포인트 키캡, 여분의 스위치를 제공해주던 누피 에어와 굳이 비교하자면 본체와 C타입 케이블만 달랑 주는 로프리가 좀 야박해 보입니다.
키캡이야 각인으로 이키 윈도우와 맥 모두 공동으로 대응될 수 있도록 해놨으니 추가 키캡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스위치는 구매할때 선택지도 색상별로 고정으로 제공하는데 소비자들이 직접 스위치를 느껴볼 수 있게 여분 스위치로 리니어 택타일 두가지 함께 제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디자인
캐주얼한 디자인의 누피에어와 상반되는 깔쌈한 디자인입니다. 누피 에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임에도 키캡의 정렬 상태 각인의 퀄리티 하우징 마감 모두 완벽하게 로프리 플로우가 비교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전원 토글 스위치가 불편한 곳에 숨어있는 점은 명백한 단점입니다. C타입 단자와 전원 토글 스위치 모두 상단 사이드 배젤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케이블 두께에 제약이 없는 누피 에어가 편리성 측면에서 더 낫습니다. 로프리 플로우는 유선모드로 사용하려면 단자 위치가 쉽게 바닥에 눌리는 구조라서 기본 제공되는 케이블 이외의 케이블을 사용한다면 단선의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컴팩트 키보드 특성상 유선으로 사용할 경우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사소한 사용성에서의 불편함이 은근히 거슬릴때가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을 깜빡했다거나 블루투스 연결을 할 수 없는 데스크탑이라면 유선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전용 USB 동글을 제공해주지 않고 블루투스 페어링 모드만 제한되는것도 사소한 불편합니다. 블루투스 모듈이 없는 데스크탑이라면 무조건 유선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참고로 기본 제공되는 C타입 케이블은 퀄리티는 나쁘지 않은데, 한번 끼우면 다시 빼는게 더럽게 불편합니다. 휴대용 특성상 충전을 위해 탈부착이 쉬워야 하는데 여러모로 사용성은 극악인 디자인입니다.
사소한 결점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제 취향에 딱 들어 맞는 느낌입니다. 누피 에어가 과잠바 입은 대학생의 디자이니이라면, 로프리 플로우는 정장 수트 차림의 사회인과 같은 느낌입니다.
애플의 스페이스 그레이와 비슷한 알루미늄 하우징과 차콜 블랙톤의 PBT 키캡, 사이드에 액센트로 포인트를 준 연마금 컬러의 로프리 로고 뱃지가 과하지 않고 깔끔하게 딱떨어지는 멀끔 한 수트의 느낌 같습니다. 저 로프리 뱃지가 황금색이었으면 엄청 튀고 촌스러웠을 텐데 연마금 톤으로 딱 적절하게 절제했습니다.
뒷면의 받침 다리도 로프리 뱃지와 비슷한 황동/연마금 톤으로 마감 되어 있습니다. 슬림하고 깔끔한 전체 디자인과는 잘 어울리지만, 각도조절이 불가능한 고정식 지지대라는 점은 역시 편의성보단 디자인이 더 우선으로 마감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우징 외부 곳곳에 별나사가 노출 되어 있는데, 깔끔한 디자인을 살짝 깨는 옥의 티라고 느껴집니다. 키보드 분해나 수리를 위해서는 저렇게 돌출형이 편하긴 한데, 애초에 쉽게 분해하기 힘들라고 기성품 드라이버와 호환도 안되는 별나사를 정비 편의성을 위해 밖으로 노출 시켰다는건 더욱 말이 안됩니다.
디자인적으로 포인트를 주려고 바깥으로 뺐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되는데, 차라리 바닥면으로 숨기고 밖으로 보이는 하우징은 아무것도 없이 깔끔한 편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상부 하우징이 하단 하우징은 감싸는 구조 + LP형의 얇은 두께 때문에 결착 나사를 사이드로 빼버린게 아닌가 싶네요.
스페이스바가 있는 하단쪽 사이드 배젤에 LED 바가 있는데, 이건 유선 연결이나 충전시 점등됩니다. 바닥면에 세로로 두개 있는 LED 바는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설명서를 좀 더 잘 찾아봐아겠네요. 이것도 무언가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LED라면 바깥에 보여야 하는건데 왜 바닥면에 뒀는지 알수가 없네요.
그 외에도 백색 단색으로 LED 백라이트 조명이 있습니다. 기판에는 역방향으로 장착되어 있는데, 블랙의 키캡이 촘촘하게 몰려있는 컴팩트 배열이다보니 암전 상태에서 밝기를 최대로 올리지 않는한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밝은 낮이나 조명을 켠 상태에서는 백라이트 조명이 잘 안보이는 수준이기 때문에 차라리 휴대시 절전을 위해 아예 백라이트를 꺼놓는 것이 더 나을 듯 합니다.
다행히 로프리 플로우는 블랙과 화이트 두가지 색상만 제공하기 때문에 요란한 RGB가 여러색으로 비춰지는 것보단 백색 단색으로 백라이트를 제한한 것이 전체 디자인과 더 잘 맞아 떨어집니다. 저 또한 RGB 조명을 닥히 선호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지만, RGB조명을 갖춘 게이밍 감성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로프리 플로우 보단 누피 에어 쪽을 더 추천합니다.
안쪽으로 숨겨야 할 결착 나사는 밖으로 드러나있고, 바깥에 쉽게 접근이 필요한 토글 스위치는 안으로 오히려 숨긴 청개구리 같은 디자인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색감과 형상은 제취향인데, 사용편의성은 개나줘버린 불편함 때문에 이게 좋은 디자인인가 하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이쁜 것은 결코 좋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디자인적 느낌이 많이 다르긴 해도, 키감이 훨씬 좋다고 해도 사용자 편의성과 디자인 퀄리티를 더 잘 갖춘 쪽은 누피 에어가 두수~세수는 더 위입니다.
키감
압도적으로 좋은 키감입니다. 로우 프로필의 컴팩트 키보드에 폼떡 풀알루 커스텀 키보드의 키감을 가져왔다고 하면 쉽게 믿을 수 없을텐데, 그 믿기 어려운 키감을 구현해냈습니다. 아무리 로우 프로필이라고 해도 흡음재를 꽉 채워넣고 알루 하우징을 채택했다고 해서 이런 키감을 쉽게 구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이상의 기분좋은 키감과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아마도 비결은 POM 재질의 신형 카일 로우 프로필 스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장 윤활로 누피 에어에서 불만이었던 스프링과 접점 핀의 거슬리는 소음을 완벽하게 잡아냈습니다.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홀리판다과 같은 크고 둥근 걸림은 스트로크가 짧을 수밖에 없는 LP 스위치에 제대로 구현했습니다. 놀랍게도 스트로크가 짧은 LP형 스위치임에도 일반 기계식 스위치와 비교해볼때 아쉽지 않은 충분한 깊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덕분에 크고 둥근 걸림임에도 바닥을 치는 반발력이 크지 않아 커스텀 키보드에서 느낄법한 충분한 도각거림과 타건음을 만들어 냅니다.
다만, 공장 윤활의 퀄리티는 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스위치 한개를 시험삼아 뽑아봤는데, 스위치를 미처 다 뽑지도 않았는데, 스위치 풀러로 집은 상태에서 윤활유가 샙니다. 이건 과윤활 을 했을때 볼 수 있는 문제인데, 이렇게 과윤활 됐을 경우 핫스왑 기판에 접점부 인식 저하를 발생할 수 있어서 꽤나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기판 구멍에 윤활제가 흘러서 채터링이나 심하면 아예 스위치를 눌러도 키입력이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윤활제가 새지 않도록 양을 적당히 줄이거나 차라리 오일타입이 아닌 그리스 타입으로 윤활제의 점도를 다른걸로 바꿔버리는건 어떨까 싶네요.
그리고 윤활의 수준이 스위치마다 제각각입니다. 고르게 일정량을 펴바른게 아니라 대충대충 윤활되어서 어떤 스위치는 과윤활 되어 찌걱거리고, 어떤 스위치는 윤활제 양이 적어서 소리가 좀 다릅니다. 수제 윤활이건 공장 윤활이건 적정량 도포가 안되어 있어서 윤활된 키감이 들쑥날쑥합니다.
그래도 슬림형 키보드에 POM스위치 + 윤활 제공은 정말 신박하긴 합니다. 지금은 로프리가 제공하고 있지만, 윤활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늘으면 늘었지 줄을리는 없습니다. 윤활은 항상 옳거든요. 기성품 키보드 제조사들도 커스텀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처럼 슬림형 키보드 제조사들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기성품 라인업에 윤활 스위치를 추가해주길 바랍니다.
총평
디자인은 이쁘지만 편리성이 아쉬워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당장 누피 에어나 아지오 케스케이드, 하다못해 로지텍 메카니컬과 비교해도 편의성 부분이 너무 떨어집니다.
윤활된 팬텀 스위치의 키감은 감히 LP형 프로필 중에서는 가장 최고라고 극찬합니다. 과윤활이라는 문제가 있긴 한데, 일일이 분해 후 재윤활 작업은 너무 번거롭기 때문에 차라리 추가 스위치를 구매해서 해결하는게 나아보입니다. 한번 윤활하면 닦아내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제조사 측에서 신경을 써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키캡의 퀄리티는 당연히 누피에어와는 비교도 안되게 더 좋습니다. 각인 자체도 제멋대로 틀어져 있는데다가, 애초에 키캡도 부정교합처럼 제각각 따로놀던 누피 에어와 대비됩니다.
깔끔한 디자인과 훌륭한 키감은 아주 좋지만 군데군데 자잘한 문제점이 클라우드 펀딩의 베타테스트의 연장 선상에 있는 수준이라고 느껴집니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데, 누피 역시 개선을 거쳐서 v2 버전도 출시해줬으니 로프리도 신형으로 교체해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커스텀 키보드에서 느낄 수 있던 키감을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에필로그
누피에어와 여러모로 대척점에 있는 키보드였습니다. 누피 에어가 가진 단점은 로프리 플로우가, 로프리 플로우가 가진 단점은 누피에어가 갖고 있습니다. 후속 리뷰로 직접 비교해볼 생각에 벌써 싱글벙글하네요. 그럼 다음 리뷰로 두 키보드의 직접 비교로 찾아뵙겠습니다.
타건영상:
https://youtu.be/RGt4SXBqoiA
로프리 플로우 웹 메뉴얼:
https://manuals.plus/ko/lofree/flow-smoothest-compact-mechanical-keyboard-manu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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