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드 FC 750R OE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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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리뷰 비하인드 썰

레오폴드 FC 750R OE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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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하인드 포스팅은 정식 리뷰 글에서는 다루지 않은 뒷이야기들을 다루는 글입니다. 이 포스팅에대한 반응이 좋다면, 정식 리뷰와 함께 정기적으로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또 레오폴드를 샀지?

 

구매하기전에 스스로 자문자답을 오래 해봤습니다. 이미 가진 키보드가 충분한데, 굳이 스위치만 다르고 사실상 기존에 갖고있는 키보드와 똑같은 제품을 사야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불교 경전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질문을 한다는 것은 이미 그 해답또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가슴은 지르라고 하고 있는데 굳이 고민을 해봤자 배송만 늦출 뿐입니다. 대신에, 이번에도 중고로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고로 구매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흑축 키보드 자체가 워낙 잘 팔리지 않아서, 레오폴드로 구매를 하려면 중고밖에 구할수가 없다.

2. 이미 중고로 한번 구매해서 잘 사용중인데 중고 거래도 생각보다 괜찮다.

3. 키보드 취미를 오래 유지하려면 최대한 저렴하게 유지하는게 좋을 것이다.

4. 기성품 키보드 중에서 내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키보드 였다.

 

우선 1번이 중고로 구매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애초에 워낙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게다가 대 리니어의 시대라고 하지만, 흑축은 높은 키압 때문에 수요도 적고 적축과 저소음 적축이 대세인 상황인지라, 흑축 모델은 입고가 되더라도 그 수량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2,3,4번은 맥락이 좀 비슷하네요. 기존 청축의 FC 750을 구매했을때, 생각보다 중고거래도 괜찮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키보드라는 것이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주관적인 취향에 따라 구매를 하는 것이라 예상과 달라 적당한 가격에 다시 팔리는 중고 매물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두 레오폴드 키보드 모두 봉인만 뜯어졌을 뿐, 판매자들께서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새거나 다름없는 깨끗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덕질거리로 키보드 세계에 입문하기로 결정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키보드 경험을 두루 해보고 취향에 맞는 키감을 찾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싸고 좋은 키보드들도 많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것을 전부 구매할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비싼 키보드를 구매하기 전에 내취향이 정확히 어떤지, 다른 스위치의 키감은 어떤지를 알아보는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레오폴드를 한번 사용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좋은 품질의 같은 제품에 다른 스위치로 직접 비교를 해보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왜 하필 흑축이었을까?

 

흑축을 고른 것은 호기심 절반, 무지함 절반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청축만을 쓰면서 다른 스위치의 키감들은 어떨까라는 궁금증도 생겨서 여러 매장들을 심심할때 돌아다니면서 타건을 해보았는데 워낙 청축의 키감에 길들여져서 인지, 적축은 가뜩이 걸림도 없는 리니어가 키압도 가벼우니 이게 눌리는건지 마는건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처음주터 탈락, 갈축은 이게 걸림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적축하고 다른게 뭐야? 하면서 탈락, 남은 것은 매장에서도 진열이된 제품이 없던 흑축 뿐이었습니다.

 

거기다 이때는 커스텀 키보드에 대해서도 일절 모르고, 체리 이외에 다른 회사 스위치들이 뭐가 있는지도 전혀 모르던 시기였으니, 호기심 반, 무지함 반으로 일단 질러보고, 중고로 샀으니 마음에 안들면 다시 중고로 팔아버리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커스텀 좀 해봤다 하는사람들은 전부다 흑축으로 커스텀을 하고 있으니 경험없는 초보자 입장에서 뭔가 있어보이네 하는 막연한 동경심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상외로 구매 후 최소 2~3달 가량은 열신히 사용하면서 즐겼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적축의 키감을 끔찍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흑축이 주는 묵직함이 신선하기도 했고, 청축과 다르게 걸림이 전혀없는 리니어의 키감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초보의 멍청한 실수들

 

흑축의 FC 750을 구매한지 약 한달 반 ~ 두달이 되어갈 쯤, 그래이 블루 키캡의 색상이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차콜 블루키캡이 너무나 좋았고, 블랙의 하우징과 잘 어울릴 것이란 생각에 중고나라를 열심히 뒤져서 추가로 구매하였습니다.

 

윤활제의 기름기가 보강판 여기저기 묻고, 스태빌라이저는 일부가 떨어져 버렸습니다..ㅠ

 

이미 거북선을 사용하면서 키캡 교체정도는 쉽게 했기 때문에 패기롭게 키캡리무버로 빠르게 키캡 탈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오른쪽 쉬프트키의 스태빌라이저가 이상하게 걸려버려서 다시 장착을 할수도, 마저 빼버릴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힘으로 빼다가 결국 용두를 부수면서 고정 스템을 뽑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리뷰를 위해 순정 키캡을 끼운 이미지 촬영을 하려고 다시 키캡을 뽑게 되었는데, 그렇게 조심해서 뽑았음에도 결국 백스페이스 키의 스태빌라이저도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미 한번 스태빌을 고장내놓고 신경써서 했음에도 또다시 망가진건 분명 제탓이긴 하지만, 다른 키보드를 여럿 사용하면서 유독 레오폴드 키보드의 스태빌라이저만 이런식으로 망가진 것은 레오폴드에 대한 저의 콩깍지가 한꺼풀 벗겨지게 만들었습니다. 레오폴드 키보드로 키캡놀이를 하려면 초심자들은 좀 신경을 많이 써야 할듯 합니다. 혹시 이 부분에 대해 노하우가 있다고 하시는 분은 저에게 알려주면 감사겠습니다.

 

 

애매한 흑축?

 

FC 750 흑축 모델을 구입한 이후로 본격적으로 키보드를 수집하기 시작했으니, 취미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프링 소음이 좀 느껴져서 윤활을 해볼까 하다가 이 시기에 유튜브를 보면서 커스텀 키보드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핫스왑 키보드와 삼신흑 스위치를 사서 직접 윤활을 해서 비교도 해봤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가격대가 좀 나가는 괜찮은 풀 알루미늄 키보드에 직접 윤활한 삼신흑 스위치를 달아서 사용해보고 싶네요.

 

 

흑축은 분명 매력적인 스위치이긴 하지만, 높은 키압의 장벽 때문에 모두에게 쉽게 추천할수 있는 스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매력이 한번쯤 써보고 싶은 욕망이 들게 하지만, 어디까지나 키보드 본래의 목적인 입력장치로서의 기능을 생각한다면, 손건강을 해쳐가면서 무거운 키압을 감당하는건 무리수이기 때문입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많큼,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와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한 스위치와 키보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마니아의 스위치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높은 키압이 주는 재미있는 타건감과 그에 따른 손의 피로도를 감안한 중간 키압의 스위치와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죠.

 

체리의 크림축, 카일의 노벨키 크림축, 엠스톤이 자체 제작한 MMD 밀키축과 게이트론의 황축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리니어 스위치 이지만, 적축과 같이 널리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45~55g정도의 키압으로 적축과 흑축의 중간 영역대의 키압으로 세팅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손과 팔목 건강을 위해 이보다도 더 가벼운 키압을 찾는 소비자들이 생겨나면서, 30~35g의 저압 세팅으로 출시되는 키보드들도 많아지고 있죠. 엠스톤에서는 풀윤활 그루브 시리즈에서 기존 체리 적축의 45g 키압보다 더 낮은 30g의 스프링으로 자체 튜닝을한 저압 키보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트렌드로 볼때, 45g의 키압을 전후로해서 순정 흑축의 표기압 60g보다는 낮은 키압의 스위치들이 인기를 얻는것으로 보아 실제 구매까지는 흑축의 높은 키압이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막연한 궁금증이나 유튜브에서 퍼지는 막연한 궁금증만으로 실사용이 목적인 흑축 키보드를 구매하는것은 추천 드리지 않고, 꼭 타건을 해보시고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윤활을 하면 흑축 특유의 거친 서걱임도 잡히고, 부드러운 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흑축 사용자들 대부분이 바닥끝까지 눌러서 사용하는것은 아니고, 나름 구름타법으로 자신의 사용 환경에 맞게 편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리니어를 선호하는 것이고, 50g이상의 중~고압 영역대의 스위치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일상적인 키보드로서 사용도 가능합니다. 흑축 윤활+구름타법 사용자라면 굳이 저소음 스위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키감을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처럼 이제 막 키보드 세계에 입문해서 흑축을 경험하시는 분들에게는 한번쯤 경험해볼만한 매력적인 스위치임에는 분명합니다. 흑축 덕분에 기존에 사용하던 청축에서는 느낄 수 없던 고압 스위치의 도각거리는 매력을 알려주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흑축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여전히 마니아들의 스위치로 남을 수 있는 이유도 고압의 흑축만이 가져다주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흑축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흑축의 높은 키압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고체형의 점도 높은 윤활제를 바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레오폴드 FC 750 흑축을 구매해보고 순정 상태의 흑축과 윤활한 흑축의 키감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아콘의 New AK87 핫스왑 베어본 키보드를 구매해서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스위치가 기판에 납땜이 된 기성품 키보드와 핫스왑이 가능한 저가 커스텀 키보드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 수 있으나, 덕분에 대략적인 키감 차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스프링 소음과 흑축 특유의 뻑뻑한 키감만 없에고, 고유의 키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제일 점도가 약한 약체형의 크라이톡스 105 9g로 윤활을 하였습니다. 흑축 특유의 서걱임을 좋게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지만, 이 서걱임을 싫다고 느끼시는 분들이나 보다 정숙하고 부드러운 리니어의 키감을 원하신다면 점도가 높은 고체형의 윤활제가 훨씬 좋습니다. 이런 윤활제를 사용한다면, 흑축 특유의 쫄깃한 반발력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50g 키압 이상의 리니어 스위치를 윤활 튜닝하고 싶으시다면, 그리스 타입의 슈퍼루브나 크라이톡스 205 0g를 추천드립니다.

 

 

 

 

 


 

 

 

 

진실로라는 닉네임으로 오랜시간 키보드 취미생활을 통해 높은 수준의 리뷰를 하신분이 계셔서 그중에서 리니어 스위치와 관련된 좋은 리뷰 영상 두가지를 링크로 첨부합니다.

 

 

 

https://youtu.be/wxRATI3Igbg

 

https://youtu.be/PEdMTNJ6R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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