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잘못된 내돈내산 키보드 - Keychron K4 V2 (적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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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키보드 리뷰

어딘가 잘못된 내돈내산 키보드 - Keychron K4 V2 (적축)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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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맥OS 사용자가 무선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려면 가장 대표적으로 추천하는 키보드가 바로 키크론의 키보드 입니다. 물론, 단순 타이핑 용도로는 어떤 키보드도 연결해서 사용이 가능하긴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작업용으로 널리 쓰이는 맥인 만큼, 펑션키가 일부 먹히지 않거나, 단축키가 맥OS에 대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맥에서도 사용 가능한 무선 기계식 키보드는 의외로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오늘 리뷰할 키크론의 키보드를 비롯해서 LP타입의 NuPhy Air시리즈, 최근에는 블루투스로 출시한 레오폴드(공식적으로 레오폴드는 Mac OS 지원은 안된다고 하나, 실제로는 FN키 조합으로 맥의 디폴트 키 위치 변함 없이 거의 그대로 모든 키를 문제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등등 그나마 최근에는 선택지가 꽤나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키크론의 입지는 막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키크론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을 담은 리뷰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기도 합니다. 과연 무엇 때문에 키크론의 키보드가 맥OS에 사용할 기계식 키보드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 오늘 리뷰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왜 키크론을 구매했나?

 

우선, 아이맥에 물려 쓸 무선의 기계식 키보드가 필요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애플 매직키보드도 그 품질은 나쁘지 않지만, 기계식 키보드를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타건 습관이 배어있기도 했도, 너무 얕은 키캡 높이 때문에 오타가 더 많아서 기계식 키보드가 꼭 필요해졌습니다. 기존 레오폴드 키보드로도 문제없이 맥에서 사용은 가능했지만, 유선모델 이다보니, 포토샵 작업을 위한 타블렛과 외장 SSD를 연결하고 나면 남는 USB 포트가 하나 뿐이어서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에 무선으로 사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여기에, 텐키리스처럼 공간은 덜 차지하면서도, 포토샵이나 에프터 이펙트 사용을 위해서 숫자 키패드 또한 필요해져서, 텐키리스와 같은 크기에 숫자 키패드가 달려있는 96% 키보드를 구매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96%배열의 키보드는 키크론K4 뿐이었기 때문에, 키크론 K4V2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깨져버린 환상: 문제점

 

우선 키크론을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불만이었던 점을 먼저 꼽아보겠습니다. 키크론 제품을 좋아하시거나, 불편없이 사용하는 다른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정말 형편없는 첫인상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키크론 사용자가 공통적으로 불만을 갖는 점은 크게 두가지로 꼽습니다. 바로 통울림과 키캡입니다. 제가 구매한 모델은 핫스왑도 안되는 가장 기본형의 K4V2 모델입니다. 키크론에서는 사용자가 선택하는 옵션에 따라 같은 모델이라도 가격대가 달라지게 되는데, 스위치 3종과 하우징 2종 사이에서 원하는 조합으로 옵션을 선택하여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스위치는 모두 게이트론의 스위치만 선택 가능한데, 일반적인 기계식 스위치와 광축이라고 불리는 옵티컬 스위치, 핫스왑 옵션 세가지를 선택 가능합니다. 모델에 따라서는 핫스왑 기판에 일반 스위치나 옵티컬 스위치 두가지 다 선택이 가능합니다. 게이트론의 일반 RGB 스위치가 기본 옵션으로 가장 저렴하고, 옵티컬 스위치와 핫스왑 옵션을 선택하면 옵션을 추가한 만큼 구매하는데 추가 금액이 필요합니다. 하우징은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과, 단단하고 무거운 알루미늄 두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이 모든 옵션을 선택 가능한 키크론 K4V2는 게이트론 RGB스위치와 플라스틱 하우징의 가장 저렴한 기본 모델입니다. 반대로 가장 비싼 옵션은 알루미늄 하우징+옵티컬 스위치+핫스왑 기판+RGB백라이트 조합으로 옵션을 선택한 경우입니다. 키크론의 한국 공식 판매처인 쿠팡 판매가를 기준으로 제가 구매한 기본형은 11만9천원, 가장 비싼 핫스왑+알루 하우징 옵션은 14만 9천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플라스틱 하우징 모델의 경우에는 통울림이 워낙 심해서, 가급적이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알루미늄 하우징 옵션을 추천합니다. 후에 튜닝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알려 드리겠지만, 하우징의 높이도 높은 편인데다가,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에, 이 키보드의 반값도 안하는 저가~보급형 기계식 키보드에도 예의상 넣어주는 얇은 포론 흡음재 한장 넣어주지 않아 통울림이 거의 꽹과리 수준입니다.

 

무선이라 휴대성을 위해서 최대한 가볍게 하려고 흡음재 한장 안넣은 것인가? 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텐키리스와 비슷하나 조금 큰 크기와 숫자 키패드가 달려있으며, 무게 때문에 도저히 휴대용이라곤 볼 수 없는 알루미늄 하우징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는 배짱장사입니다. 형식적으로 라도 남들은 다 넣어주는 얇은 흡음재 한장 없이 통울림을 방치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킥스타터 펀딩 시절부터 계속 제공하던 구린 기본 키캡을 그대로 개선없이 제공하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괘씸하기 그지없습니다. V2라고 붙혀진 이름이 무색하게 개선점이 거의 없습니다.

 

 

다른 PBT키캡과 비교했을때, 키캡의 두께가 거의 2배정도 차이 납니다.

 

 

이런 빈약한 하우징과 통울림의 본체에 형편없는 얇은 두께의 키캡이 키감을 더욱 망칩니다. 키크론의 기본 키캡은 ABS 소재의 염료승화 키캡인데, 그 두께가 매우 앏고 가벼워 가볍고 팔랑거리는 키감의 게이트론 RGB 적축에 공명음과 소음이 큰 가벼운 플라스틱 하우징 설계와 맞물려서 최악의 타건감을 줬습니다.

 

키캡의 각인 상태조차도 고르지 못합니다. 제대로 코팅 처리가 되어있지 않아, 상당히 번들거리는 데다가 조금이라도 손톱에 긁히면 그 자국이 선명하게 남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왠만한 기성품 키보드는 염료승화던, 이중사출이던 PBT소재의 키캡으로 키캡의 두께감과 무게감을 적당히 확보해서 안정적인 타건감과 도각거리는 타건음을 들려주는 것과 크게 대비됩니다.

 

풍물패 수준의 통울림과는 별개로, 저는 이 구린 키캡이 망치는 타건감이 아주 싫었습니다. 키감은 은축처럼 가볍고 팔랑거리는데, 그렇다고 스트로크나 키압이 낮은것도 아니니 순정상태의 키크론 K4V2가 주는 타건감의 괴리가 너무나 어색하고 엉망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걸림도 없는 리니어 스위치인 적축인데, 보강판을 때릴때마다 통울림과 함께 지진난 키캡 떨림은 환장의 콜라보 그 자체였습니다.

 

이 두가지 문제점 이외에 키크론의 문제중 하나로 지적되었던 무선 상태의 신호 불량 문제도 꽤 많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거론이 되는데, V2 모델부터 이 문제를 개선했다고 하며, 제가 사용하는 중에도 아직 이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아 어느정도 해결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맥에서 사용을 기준으로 문서작업등의 타이핑을 최소 30분 이상 하게 되면, 간헐적으로 스터터링이 발생합니다.

 

 

대대적인 튜닝작업

 

우선, 가장먼저 키캡부터 교체해주었습니다. 이전부터 아콘 DIY킷에 장착해서 사용했던 짭리비아 키캡을 급한대로 장착해줬습니다. 이 키캡은 PBT 소재치고 까실까실한 샌딩 처리는 비록 약했지만, 이중사출 키캡이라 두께와 무게가 적당한 감이어서 기본 키캡이 주는 팔랑거림은 바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교체할 키캡이라면, ABS보단 PBT 소재가 두께나 중량이 조금더 나가기 때문에 당연히 더 낫지만, PBT소재가 아닌 ABS 소재의 키캡이라도 적당한 두께의 이중사출 키캡이라면, 기본 키캡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남은 문제는 통울림인데, 하부 하우징을 손으로 두들겨 보니 텅텅거리는 울림이 커서 내부를 꽉 채워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분해 자체는 매우 쉬웠습니다. 상부 하우징이 따로 없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키캡을 전부 제거한 뒤 보이는 나사만 풀어주면 쉽게 하부 하우징과 기판/보강판이 분리됩니다. 내부 공간과 기본 흡음재의 크기를 파악하기 위해 분해부터 먼저 해줬는데, 그 흔한 얇은 포론 흡음재 한장조차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진지하게 환불을 고민했습니다.

 

환불(아니면 당근행)과 개조작업을 강행할지 고민을 했으나, 결국 튜닝을 해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최대한 적은돈으로 개선해보고자 다이소에서 문풍 스펀지와 종이 소재의 절연 테이프를 구매하여 튜닝을 하였습니다. 미리 기판을 제거했을때, 내부가 크게 비어있어서 두께가 좀 두꺼운 문풍 스펀지를 구매하였습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문풍 스펀지가 의외로 접착력이 강해서, 키보드 내부에서 떨어져 굴라다닐 염려는 안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다만, 잘못붙이면 떼어내기가 힘들어서 한번 붙힐 때 위치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다시 재조립할 때 제대로 기판이 장착될 수 있도록, 하우징의 높은 곳과 낮은 곳에 잘 맞춰서 문풍 스펀지를 하우징 내부에 붙여주고, 기판 뒷면에 절연 테이프를 붙인 뒤 나사 채결을 위해 테이프에 구멍을 뚫어 줍니다.

 

 

키크론 K4V2의 좌측면에 C타입 단자와 함께 윈도우와 맥, 유선과 무선 페어링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버튼이 위치해 있습니다. 윈도우와 맥, 두가지 환경 모두에서 사용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분들에겐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케이블 모드로 전환한 뒤 기본 제공되는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과 함게 유선 모드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조립은 역시 분해의 역순으로 진행하는데, 절연 테이프에 뚫어놓은 곳이 제대로 맞물릴수 있도록 살짝 힘을 주어 끼워 맞춥니다. 키크론의 키보드는 본체 왼쪽에 무선 연결과 OS 선택과 전환을 위한 스위치가 있는데, 기판의 작은 스위치와 하우징 외부로 나있는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신경써서 위치를 맞춰가며 끼웁니다. 상부 하우징이 따로 없는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기판과 보강판의 제대로 위치를 잡았다면, 그대로 나사를 채결하면 됩니다. 튜닝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히 튜닝작업 이후에는 꽤나 쓸만한 타건감입니다. 그러나 최소 12만원부터 옵션에 따라 최대 17만원정도 하는 기성품 키보드라고 하기에는 튜닝이 필수인 점은 매우 실망이었습니다. 키크론이라는 브랜드가 그렇게 프리미엄 이미지도 아닌데, 맥과 윈도우를 무선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기계식 키보드라는 점 하나만으로 이 모든 문제점을 참고 넘어가기엔 그 문제점들이 너무나 치명적인 단점들이었습니다.

 

 

타건 및 평가

 

키캡 교체와 흡음 튜닝 후 겨우 리뷰를 해볼 수 있을 정도가 된 키크론 K4V2는 그 외에 다른 점들은 '준수'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준수하다 정도이고, 키크론이 아닌 다른 키보드라도 이정도는 기본적으로 다들 잘하는 것들입니다. 저는 RGB를 좋아하지 않아 단색의 기본 백라이트만을 선택했는데, 밤에 불을 끄고 사용해도 충분히 보일정도로 괜찮은 광량이었습니다. 스태빌라이저의 소음도 없어서, 구린 기본 키캡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좀 더 후한 평가를 줬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RGB를 위한 투명 하우징 게이트론 스위치를 장착한 키크론의 제품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약간 가벼운 타건감과 타건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RGB 스위치의 타건감에 민감하신 분들은 반드시 핫스왑 모델로 구매 하여 다른 스위치로 교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유선 케이블 모드와 무선 블루투스 페어링 모드, 윈도우와 MacOS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4가지 모드를 스위치를 통해 편리하게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점은 분명 장점이긴 합니다. 이전에 다른 무선 키보드는 윈도우로 디폴트 값이 정해져 있어서 일부 단축키나 평션키 사용에 제한을 받았고, 애플 매직 키보드는 다른 기기와 페어링 할때마다 매번 등록된 값을 지우고 새로 페어링을 해야하는 불편이 있었기 때문에 키크론을 사용함으로서 이런 불편들은 바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윈도우와 맥, 두가지 생태계를 오가면서 사용하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96%배열은 오른쪽 쉬프트키를 자주 쓰는 저에게는 적응이 좀 필요하긴 했지만, 텐키리스의 컴팩트함과 숫자 키패드가 동시에 필요했던 원래의 요구사항은 충실하게 채워줬습니다. 오른쪽 쉬프트 키사 작은 크기 인데다, 숫자키가 바로 붙어있는 다소 빡빡한 배열이기 때문에 60%배열의 미니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오타를 줄이기 위해서는 약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확실히, 96% 배열에 맥과 윈도우 모두를 오가며 사용하기엔 키크론의 K4V2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키크론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키캡을 따로 구매해서 장착하려면 최소 3만원 이상은 필요하는데, 제가 구매한 K4 모델은 96%의 변태 배열이라 이 배열에 맞는 짧은 쉬프트와 1U크기의 컨트롤 등의 키를 장착하려면 적어도 124키 이상의 키캡세트를 사야 하기 때문에 평균4~5만원정도가 키캡 교체 비용으로 들어갑니다. 이 가격이면 다른 키보드를 사거나 아예 커스텀 키보드를 사서 카라비너 프로그램으로 맥OS에 맞게 새로 맵핑하는게 낫습니다.

 

어차피 흡음 튜닝을 위해서 분해 하고 재조립하는 수고스러움도 똑같은데, 굳이 만족감도 없는 기성품 키보드를 같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할 이유가 하등 없습니다. 같은 비용으로 거기에 추가로 키캡과 흡음재를 구매할 필요 없이, 처음부터 원하는 사양과 타건감, 키캡 취향까지 맞춘 커스텀 키보드나 아예 다른 브랜드의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럼에도 꼭 피치 못할 이유로 키크론의 키보드를 구매 하셔야 한다면, 저는 반드시 통울림이 덜한 알루미늄 하우징 옵션으로 구매하시거나, 아예 통울림이 없는 LP타입의 모델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태의 매물로 올라온 키보드를 중고로 구입해서 따로 튜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다른 모델의 키크론을 구매한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알루미늄 하우징의 핫스왑 K8 모델은 그 중량 때문에 확실히 통울림이 잡혀있었고, 두께가 얇아 하우징 내부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LP 모델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래서 아예 통울림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한 이들 모델을 구매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튜닝과 튜닝에 필요한 추가 비용까지 계산하고 중고로 구매하라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저렴한 가격의 중고 매물이 있다면, 중고로 구입해서 아낀 돈으로 키캡을 더 나은 것으로 교체하는것이 그나마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키캡을 교체하고, 흡음재를 채워넣으니 확실하게 팔랑거리는 키감은 사라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커스텀 키보드도 아닌데, 굳이 추가적인 비용과 품이 들어가는 키보드를 사야할 이유는 저처럼 리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없습니다.

 

차라리 레오폴드 BT모델을 구매해서 딥스위치를 키고 맥에서 사용하거나, Mac OS와 무선 멀티 페어링이 되는 다른 키보드의 출시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낫습니다. 다른 여타 리뷰에서 키크론에 대해 칭찬하거나 우호적인 평가를 보고 섣불리 판단을 하거나, 키크론의 브랜드 하나만을 보고 덥석 구매하기엔 키보드로서 기본적으로 제공해야할 기본기가 매우 부족합니다.

 

차라리 가격이라도 저렴해서 쉽게 구매해 튜닝하는 재미라도 있으면 모를까, 절대 표시된 가격의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통울림이라도 잡힌 알루미늄 하우징 모델을 구매했다면 이렇게 까지 혹평을 안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이번 키보드 구매는 철저하게 저의 튜닝작업이 심폐소생 한 것이지 그게 아니라면 돈만 버렸을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이렇게 튜닝을 해가면서 단점이 개선안될 키보드는 솔직히 없습니다.

 

공제 방식의 커스텀 키보드는 워낙 그 생산 수량이 적어 소량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단가가 비쌀 수는 있겠다고 머리로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대량생산으로 제작되는 기성품 키보드가 튜닝이 사실상 강제되는 주제에 경쟁사랑 비슷한 가격을 받는다는 것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괘씸한 배짱장사입니다.

 

이전에 리뷰했던 닌자87과 비교하면, 본체 39,000원, 추가 흡음재 12,500원, 같은 키캡을 구매하여 장착하였다고 가정하고 키캡 구매비용 52,900으로 책정하면 배송비 제외, 104,400원으로 계산됩니다. 키크론 K4V2의 119,000원 정도에 추가로 교체한 키캡의 비용을 포함하면, 알루미늄 하우징 옵션을 선택한 K4V2의 비용과 맞먹는 약 17만원 정도입니다. 물론, 닌자87은 구매한 목적이 전혀 다르고, 맥OS환경에서 일부 키사용이 제한 된다는점, 무선도 아니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커스텀 키보드인 닌자87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흡음 작업이 요구된다는 점을 기준으로 비교해 볼 때, 제가 구매한 K4V2의 가격적인 장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기성품 키보드를 구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런저런 튜닝 없이도 쓸만한 수준의 키보드를 원해서 그만큼의 돈을 더 지불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다른 기성품 키보드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에 그보다 못한 품질과 소음을 가진 제품이라면, 구매할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정도 비용이라면, 맥OS에 공식적인 지원을 하지 않지만 DIP스위치를 통해 맥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한 레오폴드의 최신 블루투스 모델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거기다 레오폴드의 이중사출 키캡은 그 퀄리티가 좋기로 아주 유명하죠. 통울림이 훨씬 덜해서, 흡음 튜닝이 필요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키크론의 K4V2의 알루미늄 하우징 옵션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키캡에 대해 불만이라면 추가로 키캡을 교체하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키크론 키보드에 제공하는 OS전환 스위치의 편리함을 조금 타협한다면 차라리 다른 제조사의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사실 이 키보드를 구매한지는 꽤 되었습니다만, 꽤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중고로 처분을 할지 말지 상당히 고민했던 키보드 였습니다. 그러나 튜닝 이후에는 꽤나 쓸만한 타건감이 되어서 적축의 매력을 느껴보고 당분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다시 구매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주변 지인들이 구매를 고민하면 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처분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중이 이유는 열심히 튜닝을 해서 키감을 살려놨다는 개인적인 경험도 원인이겠지만, 현재 한국에서 구매 가능한 키보드 중 96%배열에, 맥과 윈도우 모두 무선 연결로 사용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라는 저의 구매 목적에 부합하는 키보드는 키크론 K4V2 하나뿐이었다는 점도, 처분을 망설이게한 점 중 하나였습니다.

 

맥에서 일부 키사용 제한을 감수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에서 96%키보드는 그 제품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입니다. 앱코에서 풀 알루미늄 커스텀 키보드인 AR96정도가 판매중이고, 대부분 단종 되었거나 해외 직구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이너한 배열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저처럼 구매할때 애초에 선택 자체가 제한 받는 경우라면 지진난 통울림과 형편없는 키캡 퀄리티를 감수하고서라도 키크론을 구매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애초에 대대적인 튜닝과 키캡 교체를 위한 추가적인 구매를 상정하고 중고로 구입하거나 알루미늄 옵션으로 구매하는 것을 권해드린 것입니다. 맥OS 환경이 반드시 강제되거나 다른 이유로 키크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저는 그냥 그돈으로 다른 키보드를 구매하시거나, 아예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런 저런 비용을 다 계산 해보니 왠만한 커스텀 알루미늄 키보드를 구매하거나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과 비용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단점이 없는 제품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이 가격에 이런 타건감과 품질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내리던가, 가격에 맞게 품질을 높이던가 해야 합니다. 요즘 키크론은 커스텀 키보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Q시리즈를 출시하였는데, 솔직히 구매자 입장에서 남들 다한다고 배아프다는 심산으로 커스텀 키보드 수요를 따라갈 처지가 아니라, 통울림이나 키캡 퀄리티 같은 기본기부터 다시 설계하고 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키감을 매우 중요시 하는 분들이 맥에서 사용할 기계식 키보드를 원하신다면, 차라리 윈도우에 맞춰진 다른 기성품 키보드나,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해서 카라비너 앱을 통해 맥에서 자주 사용되는 밝기조절, 런치 패드 등등을 실행하는 단축키를 등록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런 키보드 세팅 마저도 귀찮다면, 한고무무라고 불리는 한성의 TFG ART(ART는 텐키리스, ARF가 풀키 모델입니다. 풀키모델은 무게때문에 통고무가 아닌 조금 다른 구조의 하판이라고 합니다.) Wireless 시리즈 모델을 구매하시는게 훨씬 낫습니다. 통고무 하판의 이 제품은 통울림이 없고, 핫스왑도 되며, 맥에서 무선연결이 가능한 키보드 입니다. 이 제품은 제가 구매한 키크론 K4V2의 알루미늄 바디 옵션을 선택했을때의 가격과 비슷한 가격대 입니다. 이 키보드는 키크론K4 알루미늄 모델과 비슷한 가격임에도 기본 키캡이 PBT 소재의 이중사출 키캡이라 제품의 전체적인 퀄리티나 타건감도 튜닝이 없는 순정을 기준으로 훨씬 낫습니다.

 

얇은 ABS소재의 키캡을 쓰는 목적은 아마도 경쾌한 타건감을 위해서 일 것입니다. 타건감이 다소 가볍고 소리가 더 있는 투명한 RGB스위치와 맞물리면 사무용으로는 다소 시끄럽긴 해도 게임용으로는 아주 좋은 조합입니다. 커세어의 K70시리즈나 체리의 MX 3.0S 시리즈의 경우는 기계식 특유의 경쾌한 타건감을 위해서 ABS소재를 채택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체리의 MX Board 3.0S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보강판이 없는 무보강 구조를 가지고 있죠.

 

이번에 리뷰한 키크론의 K4V2는 타건감을 망치기 위한 요소들을 골고루 갖췄습니다. 단단한 보강판에다 통울림에 취약한 높고 가벼운 플라스틱 하우징, 얇고 가벼운 키캡, 흡음재 없이 텅 비어있는 내부공간 때문에 가뜩이나 가볍고 소음이 다소 있는 투명 하우징의 게이트론 RGB 스위치를 함께 조합해서 타건감과 소음이 매우 경박합니다. 키크론의 타건감 중 유일하게 괜찮았던 점은 스태빌라이저 하나 뿐이었습니다.

 

 


 

 

타건영상:

 

https://youtu.be/2ZEeIDxBA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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