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리니어 시대, 적축의 인기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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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북극곰 (사설)

대 리니어 시대, 적축의 인기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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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북극곰은 리뷰가 아닌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일종의 사설 성격의 포스팅 코너 입니다. 키보드에 대한 리뷰를 다루고, 여러가지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서 저의 생각을 글로서 공유하는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다만, 사설인 만큼, 정기적인 연재성 게시물이 아니라, 그날그날 생각나는 소재가 있다면 비정기적으로 올리게 될 예정입니다. 기존에 게시한 리뷰 보다도 훨씬 더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취향이 반영되어 있으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더불어서 참신하고 좋은 의견들도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프롤로그

 

 

여러 키보드 영상이나 커뮤니티의 경향을 보면 크게 두가지 파로 취향이 갈립니다. 걸림이 있는 택타일(국내에서는 넌클릭으로 불리지만, 애매한 표현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택타일이라고 표기하겠습니다.)과 걸림 없이 부드러운 리니어 두가지로 크게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청축으로 대표되는 클릭 스위치에 대한 선호도도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촉각적인 피드백이 있는 택타일에도 해당이 되니 조금은 논 외로 제쳐두겠습니다.

 

최근에는 기성품 키보드는 물론 커스텀 키보드 영역에서도 리니어 계열 스위치에 대한 리뷰나 평가들이 꽤 많습니다. 이것이 최근의 경향인지 원래부터 있었던 현상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상당히 많은 수의 키보드 마니아들이 리니어 스위치에 대한 호감도를 갖고 있는것은 분명한듯 합니다.

 

그리고 여러 리니어 스위치들 중에서도 꽤나 인기가 체감되는 스위치가 있다고 하면, 저는 적축을 꼽습니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상당수의 매물들이 바로 적축과 저소음 적축입니다. 그 외에 대부분은 갈축이 있고, 청축이나 백축같은 클릭음이 나는 스위치들은 이들보다 거래가 현격히 적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중고 거래 이외에도 새로 출고되는 키보드들 중에서 가장 먼저 재고가 소진되는 옵션이 바로 적축 옵션입니다.

 

이런 단순한 관찰 만으로는 정확한 통계나 추산이 어렵지만, 적어도 적축의 수요가 가장 많다는 것은 확실하게 짐작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적축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적축 스위치의 키감과 대중성?

 

적축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당연히 그 키감 자체가 대중적으로 수요가 가장 충족하는 설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키보드의 기본 목적은 어디까지나 글자를 입력하는 입력수단이기 때문에 당연히도 이런 기본 사용목적에 충족하는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PC방을 통한 기계식 키보드의 보급으로 청축과 같이 클릭음이 나는 클릭 계열 스위치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특유의 강한 걸림과 소리 때문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거나 질리기도 쉽습니다. 저 또한 여전히 청축이나 녹축의 스위치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랜 사용으로 질려있기 때문에 처음 같지는 않죠.

 

걸림이 강하다는 스위치 특성은 손의 피로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강한 소리는 경박한 소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키보드를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장시간 타건을 위해 점점 부드러운 키감과 정숙하고 조용한 타건음을 원하게 된다면 그에따른 취향의 변화도 당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리니어 스위치의 걸림없는 키감의 특성은 그 호불호가 꽤나 갈리지만, 걸림 없이 부드러운 키감과 정숙하게 도각거리는 타건음은 보다 부드럽고 조용한 키보드를 찾는 수요에 가장 부합하는 스위치 종류입니다. 거기에 무거운 흑축과 달리, 적축은 45g 정도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중간 영역대의 키압으로 자리잡은 점도 인기에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45g이 키압이 가장 대중적이 된 이유고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저압인 30~35g의 영역을 경험한 사람들의 의견으로는 너무 키압이 낮다보니 바닥까지 힘을 더 주게 되어서 오히려 피곤하다는 리뷰들을 꽤 찾아볼 수 있습니다. 흑축이 갖는 쫄깃한 키감을 포기하는 대신에, 리니어 기계식 스위치의 켱쾌하고 시원한 타건감을 무기삼아 가장 적당한 키압으로 수요층을 크게 잡았다는것이 제가 적축을 두고 생각한 평가입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적축

 

저 또한, 청축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입문 하였고, 첫 리니어 스위치 또한 고압으로 평가받는 흑축으로 시작하면서 한때는 적축은 재미없고 가볍게 팔랑거리는 구린 키감으로 받아들였지만, 새롭게 적축의 키보드를 사용해보면서 그런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최근들어 저는 리듬게임에 입문하게 되면서 가벼운 키압의 리니어 스위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흑축과 황축으로 하곤 했지만, 아무래도 키압이 중~고압 영역대의 스위치다 보니 쉽게 손끝에 힘이 빠지게 되어서 반응성이 좋은 은축과 적축 중에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민끝에 중~고압 영역대를 선호하던 제가 가장 가벼운 은축으로 바로 넘어가기에는 적응이 필요하기도 하고, 마침 맥OS 환경에서 작업을 할때 숫자입력이 필요했기에, 숫자 키패드가 달려있으면서 텐키리스의 컴팩트함을 동시에 갖춘 96%배열 키보드를 찾고 있었죠.

 

 

왜 많은 사람들이 적축을 선호할까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원하는 조건에 맞는 키보드가 적축 옵션을 제공하고 있어서 처음 흑축에 도전했을 때처럼 새로운 스위치에 대한 궁금함 반과 도전정신 반으로 구매를 했습니다. 제가 적축으로 구매한 키보드는 키크론의 K4V2 모델입니다. (이 키보드는 정식리뷰는 하지 않을 예정이나, 조만간 비하인드 썰이나 생각하는 북극곰의 한 컨텐츠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맥OS의 환경에서는 작업용으로 사용하면서, 가끔씩 리듬게임을 할때만 윈도우 PC에 연결해서 사용하곤 했죠. 원래부터 스위치가 바닥끝을 때릴때까지 힘껏 치는 습관이 있는데다가, 리듬게임에 집중하면서 약간의 긴장과 함께 힘껏 치다 보니 이 의외의 상황에서 적축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사용했던 흑축은 그 무거운 키압과 강한 반발력 때문에 특유의 쫄깃한 키감을 맛볼수는 있었지만, 리니어 특유의 바닥 치는 경쾌한 타건감을 느껴보기엔 그 키압의 장벽이 있였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키압의 적축으로 리듬게임을 하다보니 스위치 바닥을 경쾌하게 치는 타건감과 타건음이 생각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적축을 사용하다 흑축이 궁금해서 사용하다 보니, 다시 적축으로 돌아 왔을 때 가벼운 키압의 적축이 심심하게 느껴졌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정 반대의 경험을 했던 것이죠. 손끝의 피로감을 줄이는 적당한 키압과 그 덕에 경쾌한 타건감이 살아나면서 리니어 스위치가 갖는 매력을 찾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싫다고 느꼈던 적축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니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적축을 선호하게 되었는지도 얼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기계식 키보드에서 경쾌함 이라고 하면 청축의 클릭음이 내는 청아한 소리만을 생각했다면, 적축을 통해 리니어 스위치의 바닥치는 맛을 경험해 봄으로서 취향의 저변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 제가 리듬게임을 시작하지 않았거나 적축을 시도하기 이전에 어떠한 리니어 스위치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저의 취향이나 적축에 대한 평가가 바뀌기 힘들었을 겁니다. 취향이라는 것이 어떠한 시기에 어떠한 것을 경험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하는데요, 키보드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저에게는 이보다 더 저압으로 경험을 확장 시키기는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키압 영역대는 입력압 기준으로 50~70g 사이를 오가는데 (스위치 제조사 별로 조금씩 편차가 있긴 하나)평균적으로 45g 키압의 적축은 제가 선호하는 영역보다 이미 낮은 편이라 이보다 더 낮은 30~40g대 영역의 키압은 바닥까지 강하게 눌러치는 저에게 오히려 손끝이 아픈 키압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적축에 더 오랫동안 적응하면서 저압 키압대로 가장 선호하는 키압 영역이 바뀌게 된다면 이보다 가벼운 30g대 키압의 스위치에도 좋은 평가를 내릴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축과 갈축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영역대의 키압이다.

 

 

제가 추측해본 결과 대부분의 키보드 사용자들마다 선호하는 키압대가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성호하는 키압을 중심으로 수용 가능한 최저 키압대와 최대 키압대가 정해져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평균 55g(놀랍게도 제가 처음 기계식 키보드로 입문했던 청축의 키압이 보통 55g의 키압입니다. 오테뮤 청축은 이보다 살짝 더 높은 60g이죠.) 키압대를 선호하는 저는 55키압을 기준으로 +- 15g정도의 수용 가능한 범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저압이라고 인식 하는 45g대인 적축에서도 나름의 매력을 느끼고 사용해볼수가 있지만, 이보다 낮은 은축은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맥락으로 유추해볼 때 개개인마다 선호하는 평균적인 키압과 수용 가능한 최대/최저 키압의 범위는 다르겠지만, 모든 키보드 사용자가 저와 비슷한 +-15g 정도의 수용 가능한 키압의 범위를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낮은 키압대를 선호하는 35g 사용자도, 저와 같은 55g때의 중/고압 사용자도 45g 키압의 적축은 체감상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 들어 올 수가 있습니다. 이런 전제를 모든 키보드 사용자에게 적용 할 수는 없지만, 이런 가정을 통해서 45g의 키압 영역이 가장 흔하게 인기가 있고, 그 키압을 지닌 적축과 갈축(체리 갈축 기준 50g 키압)이 가장 대중적인 스위치가 된 것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키압 취향 영역이 겹치는 구간에 적축이 있다보니 당연히 찾고자 하는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저만의 뇌피셜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키압의 스위치인 덕분에 각 키보드 제조사들마다 재고도 가장 넉넉하게 확보할 수밖에 없고, 리뷰도 가장 많은데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니 가장 많이 접하고 그에 따라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연쇄적인 효과들이 나타나는 것이 적축 키보드의 높은 인기의 원인이다 라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에필로그

 

 

흑축을 거쳐 적축을 사용해 보면서 다양한 키감의 키보드에 대한 저의 욕구와 태도들이 개방적으로 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경험하고 사용해본 키보드가 청축 뿐이라 상대적으로 걸림이 애매한 갈축과 밋밋하다고 느꼈던 적축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니까요. 여전히 걸림이 강한 중고압 영역의 스위치를 선호하고 있지만, 절대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여겼던 적축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도 했고, 이제는 좀 더 다양한 키압과 특징을 지닌 스위치를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취향의 확대를 경험 했으니까요.

 

마치 어려서 이상형이 단순하고 일관적이었다면,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취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더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취향을 타는 여러 분야들이 있지만, 키보드 역시 취향이 크게 좌지우지 되는 분야입니다. 단순한 입력장치를 넘어서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키감과 소리, 디자인을 위해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튜닝을 하는 마니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키보드를 단순한 입력장치가 아닌 취미생활의 한 부분으로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리뷰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취향 파악과 행복한 소비를 위해 저의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동시에 여러분과 함께 키보드에 대한 즐거움을 공유하는 블로그가 되기를 바랍니다.

 

 


 

 

 

스위치 제조사별 각 스위치의 키압에 대한 정보

 

https://quasarzone.com/bbs/qf_input/views/7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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