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맥에서 AAA 타이틀 게임을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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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북극곰 (사설)

우리는 왜 맥에서 AAA 타이틀 게임을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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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최근 4년간 모바일과 컴퓨팅 시장에서 애플의 독보적인 행보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x86기반의 인텔맥으로 이주한지 15년이 채 안되서 다시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 시대를 열었습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개발을 통해 얻은 칩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강력한 성능과 그럼에도 전력 소모는 매우 적은 M1 시리즈 칩셋들을 발표하면서 애플은 항상 그래픽 성능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ttps://www.gsmarena.com/the_apple_m1_is_the_first_armbased_chipset_for_macs_with_the_fastest_cpu_cores_and_top_igpu-news-46222.php

 

 

그러나 애플 실리콘의 강력한 그래픽 성능과는 별개로, 맥과 게임은 항상 상성이 좋지 못하였습니다. 윈도우에 질려서, 맥이 좋아서, 여러가지 이유로 저와 같이 맥을 메인 컴퓨터로 사용하면서 게임까지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 에게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였습니다. 그나마 인텔맥에서는 맥OS에서 네이티브로 지원하는 게임이 아니더라도 부트캠프를 통해서 윈도우를 설치하여 게임을 할 수 있었지만, 애플 실리콘으로 이주가 시작되면서 이제는 부트캠프는 고사하고, 맥을 네이티브로 지원하는 게임들 조차 점차 줄고있습니다.

 

애플 실리콘 초창기에는 맥북에어와 이후 맥북 프로의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기 위한 게임 시연을 보여 주면서 앞으로 애플 실리콘을 지원하는 게임이 늘어날 것처럼 기대하는 발언을 했던 애플이지만, 현실은 점점 더 맥에서 게임을 하기란 요원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과연 어떤 점 때문에 맥에서 게임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지에 대한 글을 다루겠습니다.

 

 

강력한 라이벌, 윈도우와 Direct X

 

제가 주변사람들에게 농담조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단언컨데, 최고의 게임용 콘솔은 윈도우 이다." 물론 윈도우를 항상 게임만을 위해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윈도우는 전체 PC 시장에서 점유율80% 이상을 차지하는 메이저 OS입니다. 오피스, 가정 및 교육용과 게임까지 전부를 포함한 대략적인 수치 이죠. 널리 쓰이는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운영 체제 이고, 윈도우 기반의 소프트웨어들은 그 수익성이 보장받습니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맥이나 리눅스에 비하면 효율적이지도 못하고, 사실 윈도우 10 이전까지 UI도 상대적으로 불편한 것이 윈도우였습니다. 그럼에도 구버전 프로그램들의 레거시 호환이나, 여러 범용성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도 윈도우에 역량을 집중 시키는 것이 적은 투자비용으로 수익을 얻는 방법일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아주 오래된 윈도우 XP나 그보다도 훨씬 이전의 윈도우 95, MS DOS의 고전게임들을 돌리기 위해 최신 버전의 윈도우에서 호환성 검사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게임을 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예전에 만들어진 MS 오피스 2007의 자료들을 열고 복사하기 위해서 비슷한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구버전의 프로그램이나 파일들을 에뮬레이터 없이 열게 해주는 것이 레거시 호환 혹은 지원이고 이것이 바로 x86기반의 시스템들, 특히 윈도우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나 구매를 하는 게이머나 윈도우가 최적의 환경일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신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도 여전히 오래된 게임도 추억을 위해서 할 수도 있고, 윈도우 버전이 추가되고 32비트에서 64비트로 환경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에뮬레이션이 요구되거나 호환성 이슈가 발생하는 일부 게임이 있을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쉽게 레거시 모드로 돌려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마소는 엑박 사업을 시작하면서, 개발 인력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 엑박의 운영 체제 또한 윈도우와 Driect X 기반의 시스템으로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마치 애플이 맥을 기반으로 iOS를 만들고, 다시 수년간 iOS의 개발 노하우를 맥OS에 반영하는 것과 비슷하게요.

 

 

반면에 맥은 예전부터 단절적으로 진화하였습니다. 인텔맥을 개발하고 판매하기 이전에는 모터롤라, IBM과 함께 개발한 CPU 아키텍쳐 기반의 Power Mac 시리즈를 판매했습니다. 인텔이나 AMD의 x86기반의 컴퓨터들과는 완전히 다른 명령어 체계를 가졌기 때문에 x86의 프로그램을 파워맥에서 돌리거나, 맥의 프로그램을 x86기반의 윈도우에서 돌리려면 반드시 에뮬레이터를 통해 변환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런 맥이었기 때문에, 인텔맥으로 이주하면서 기존의 레거시 프로그램과 장비에 대한 지원은 전부 끊어졌고, 로제타 라는 에뮬레이터를 통해서 이주작업을 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 실리콘으로 다시 이주하면서 애플은 과거와 똑같이 단절적인 이주를 결정하였죠. 인텔맥의 프로그램을 레거시로 애플 실리콘에서 돌려주게 하는 개발자용 에뮬레이터의 이름도 로제타 2가 된 것이죠.

 

이렇게 단절적인 이주를 하는 애플이기에, 맥의 개발자들은 항상 아키텍쳐 이주가 이뤄지는 대 변화의 시기마다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GTA 온라인 처럼 10년 가까이 한게임을 사골로 우려먹는 게임들도 흔한게 게임업계인데, 이런식의 이주가 잦은데, 레거시 지원도 끊어지는 단절적인 환경에서는 당연히 개발은 물론, 서비스의 유지도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애플의 운영 방식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도 윈도우 기반으로 몰리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dsogaming.com/editorial/the-current-state-of-directx-12-in-pc-gaming-was-it-worth-the-hype/

 

 

여기에 수십년간 Direct X라는 그래픽 API를 지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노련함도 한몫 합니다.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그래픽 연산 처리를 위한 디지털 언어가 필요합니다. 저도 관련 전공자가 아니니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최대한 쉽게 말한다면, 게임 구동을 위해 필요한 표준화된 알고리즘의 일종이라고 보면 됩니다.

 

C언어 기반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한 Driect X는 현재 가장 최신형인 DX 12버전까지 진화하였습니다. 윈도우는 물론, 마소의 대표 콘솔인 엑스박스 시리즈에도 x86기반의 프로세서와 Direct X기반의 언어가 사용됩니다. 업계 표준인데다, 가장 많은 게임 소비자들의 시스템 환경 또한 Direct X 기반이다보니 모든 기업의 역량이 여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반면에 맥은 불칸 기반의 API로 그래픽 연산 처리를 하기 때문에 맥에서 게임을 구동하려면 여기에 맞도록 변환(포팅)을 해줘야 합니다. 한글로 만든 소설을 불어나 아랍어로 번역하는 것에 비유하면 얼마나 어렵고 번거로운 작업인지 대강 이해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게이머 풀이 적은 맥을 포기하면 이런 번거로운 과정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픽 API라는 장벽이 사실상 맥에서 게임이 어렵게 만드는 가장 높은 장벽일 것입니다.

 

모바일에서는 애플이 게임 분야에서 강점을 유지하듯이, PC게임과 콘솔 분야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X86 시스템의 레거시 지원과 DX12라는 범용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그 독점적 지위와 우위를 갖는 것입니다.

 

 

점점 죽어가는 PC/콘솔 게임시장과 모바일로 인한 게임 시장의 판도 변화

 

2021년은 게임 흉년이었습니다. 2021년 이전까지는 스토리의 엔딩을 보기 위해 추가 DLC를 구매하고, PC주의에 절어있는 게임 배급사와 홍대병 걸린 제작자들이 '이건 니들이 무식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을 지언정, 적어도 게임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작동도 하고 안좋은 여론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줬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요.

 

사이버펑크 2077, 줄여서 사펑은 이전까지 게임시장에 축적된 병폐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펑이 출시 초기 거하게 비판을 받았던 이유는 광고와 약속으로 보여줬던 게임의 여러 기능들과 컨텐츠가 미구현된 것은 물론, 아예 PC와 콘솔에서 제대로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버그가 가득한 미완성의 게임을 6만6천원 제값을 받고 팔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https://youtu.be/SveRAn-DCEo

 

 

이건 게임이 아니라 어떤 상품이라도 문제가 되는 소비자 기만 행위 입니다. 현재는 계속되는 패치로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고는 있지만, 이미 깨져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결함이 있거나 미완성인 상품을 과대광고로 속여서 팔게 되면 그 기업의 이미지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린 소송에도 휘말리게 되듯이, 사펑의 개발사 CDPR은 출시 직후 집단 소송에도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 그동안 다른 업계와 대비했을때, 유난히 이런 기만 행위에 대응이 약했던 게임업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사펑 이슈와 함께 폭발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펑 이후에도 배틀필드 2042 등등 여러 게임들이 물의를 일으키면서 환불, 고발 러쉬가 이어졌습니다. 배틀필드 2042의 경우에는, 아예 출시 이전에 발표한 게임내 기능들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약구매자들 일부에게 환불을 선택할 권리를 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2021년이 출시 예정죄어 있었지만, 락다운 조치로 개발지연을 발표한 게임 타이틀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2021년에는 제대로 발매가 되거나 미뤄지지 않은 게임을 찾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작년의 경험으로 인해서 이전까지 게임을 통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구현하여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기준은 날로 높아졌지만, 이제 게임사는 그런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게임 개발 능력이 바닥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런 게이머들이 경험한 과거의 안좋은 사례와 펜데믹으로 인해 구매력이 약해진 악재가 겹쳐서 게이머들은 지갑을 닫고 스팀에서 할인되기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투자,개발 비용대비 수익성은 떨어져 가니, 전통적으로 게임개발로 먹고살던 기업들이 점점 유지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렇게 PC와 콘솔게임 시장은 수익성이 점점더 보장이 어려워 지니 개발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맥OS 지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굳이 윈도우보다 수요도 적고 개발 비용도 비싸게 들어가는 맥OS에 게임을 돌아가게 만드느니, 포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게임 시장의 무게중심이 모바일 위주의 캐주얼한 게임으로 옮겨간 것도 큰 이유입니다. PC나 콘솔 게임 대비 개발 난이도도 더 낫고, 무료로 쉽게 게임을 다운로드해서 과금 유도를 통해 쉽게 수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과금에 대해 거부감이 강한 PC/콘솔 게임대비 훨씬 거부감과 장벽, 제한이 적은 모바일 게임의 수익은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콘솔 게임의 시즌 패스나 추가 DLC를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하거나 비판적인 사람들도 꽤나 많은 반면에, 모바일 게임에서 랜덤 뽑기나 한정 스킨을 위해서는 콘솔 게임의 합본 패키지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 투입됨에도 거부감 없이 쉽게 결제합니다.

 

이런 결정적인 인식의 차이는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게임의 본편을 무료라서 진입장벽이 훨씬 쉽고, 무료이기 때문에 추가 결제와 과금에 대해 훨씬 너그럽다는 심리적인 작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PC/콘솔게임들은 플레이를 위해서는 적게는 3만원정도에서 6만원~10만원 정도의 지불을 하게 됩니다. 무료인 게임과 비교했을때, 내가 이정도 지불을 했으니 기본적으로 즐겨야 하는 컨텐츠의 양과 품질을 기대하게 되는데, 대체로 게임의 질적,양적 수준이 이런 소비자의 기대보다 못미치는 현 상황에서 추가 결제는 당연하게 저항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SveRAn-DCEo

 

 

그리고 이런 모바일 게임 플랫폼이야 말로 게임에서 애플의 본진인 사업분야이죠. 애플은 강력한 모바일 AP성능과 앱스토어, 애플 아케이드라는 거대한 플랫폼이 이미 잘 갖춰져 있습니다. 개발자 인력풀도 가장 많고, 여기에 투자해서 거둬들이는 막대한 수수료가 애플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입니다. 애플 입장에서는 잘되는 모바일 게임 사업이 있는데, 저물어 가는 PC,콘솔 게임 산업에 무리해서 파이를 뺏어올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에필로그

 

이따금씩 유튜브 영상에서 애플의 맥북과 윈도우의 다른 노트북들을 게임으로 비교를 하면, 어떤 사람들은 '맥은 게임용이 아니니 게임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라고 하거나 '맥 유저들 대부분은 게임을 원하지 않으니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일축하는 사람들이 꽤 보입니다. 맥 사용자인 저 스스로가 이 모든 발언에 정면으로 거부하는데도 이런 편견들이 있습니다.

 

물론, 편견도 일종의 경험을 베이스로 한 빅데이터 이니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맥락을 잘못 짚은 발언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에 대한 욕구는 OS환경을 막론하고 존재합니다. 리눅스에서도 윈도우의 DX 기반의 게임들을 돌리기 위한 와인 같은 프로그램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맥이 게임용이 아니다 라고 말하기엔, 애플 실리콘 초창기 애플이 보여왔던 행보가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그래픽 연산 능력을 강조하면서 게임 시연 영상을 애플 이벤트 때마다 공개했던 것이 바로 애플이었습니다.

 

위에서 상술한 여러 장벽과 현실적이 어려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애플에게는 탐은 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돈을 투자하기에는 아까운 계륵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굳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죠. 콘솔 게임을 맥으로 끌어오는 것을 포기하고, 모바일 게임에 집중한다면, 이미 잘 갖춰진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기기 플랫폼이 있는데 굳이 맥으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도 맥에서 게임을 하기란 요원할 것이고, 애플 생태계에서 게임이란 모바일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국한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여전히 콘솔 게임과 스팀을 통해 플레이 하는 AAA급 타이틀을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콘솔 기기나 윈도우 기반의 PC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같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가까운 대안 부터, ARM 기반의 윈도우 대중화로 애플 실리콘에서 구동 가능한 부트캠프가 나올때까지 기다려 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각각 게임을 하는데 불편과 문제점이 있는 많큼, 그다지 좋은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저의 결론은 한마디로 정리됩니다.

 

단언컨데, 최고의 게임용 콘솔은 윈도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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