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면서 키감도 좋은 기계식 키보드는 없을까? - 카일박스 저소음 갈축 리뷰 (ft.인생키감)

프롤로그

요즘은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구매또한 많아지면서 게임이나 집에서 쓰는 일상용 뿐만 아니라 학교나 직장에서도 사용하고 싶은 욕망도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단점 중 하나로는 바로 이런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엔 다소 소음이 크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유튜브 영상이나 키보드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저소음 키보드들에 대한 리뷰도 상당히 많습니다.

현제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저소음 스위치는 저소음 적축 일겁니다. 저소음 스위치는 체리사에서는 저소음 저축과 저소음 흑축 뿐이지만, 두 스위치 모두 리니어 스위치라 저처럼 걸림이 있는 스위치를 선호하는 키보드 사용자들에게는 저소음 키보드의 선택지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요즘에는 체리 이외에도 카일박스 저소음 핑크축, 오테뮤의 저소음 백축, 게이트론의 저소음 갈축과 저소음 황축들이 있어서 그나마 선택지가 생겨난 편입니다.

이중에서 걸림이 있는 저소음 스위치는 오늘 리뷰할 카일 박스 저소음 갈축과 게이트론 저소음 갈축이 있습니다. 해외 유튜브에서는 생소하지만 저소음 클릭 축이 있다고 해서 간간히 특이한 스위치로 소개하는 영상이 있긴 하지만, 열심히 뒤져봐도 한국에서 파는곳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저처럼 기존의 리니어 저소음 스위치는 싫지만, 그래도 소음 때문에 조용하면서도 재있는 타건감의 저소음 스위치를 찾는 분들을 위해서 리뷰를 준비해봤습니다.


왜 저소음 적축이 싫을까?

키보드 구매를 위해 오픈 마켓을 둘러보면 저소음 적축이 꽤나 많이 팔리고 있고, 유튜브 영상에도 사무실에서 사용 가능한 조용한 키보드를 찾아 리뷰하는 영상들도 꽤나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꽤나 많이 팔리고 있죠. 그러나 생각외로 저소음 적축이 기존의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에 소음만 줄였다고 쉽게 구매했다가 낯선 키감에 바로 중고로 처분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저소음 스위치들은 스위치 하우징의 마찰음을 줄이는 방식으로 소음을 줄입니다. 스위치 스탬 하단의 접촉 부위에 고무나 실리콘 소재의 댐퍼를 달아서 소음은 확실히 줄지만, 조용해진 소리와 함께 가중되는 먹먹함은 기존의 기계식 스위치와는 전혀 다른 키감을 만듭니다. 즉, '저소음 적축=소리만 줄인 적축' 이 아니라 기존의 적축과는 전혀 다른 키감을 주는데도 구매자들이 저소음 적축이라는 이름 때문에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https://pc114.tistory.com/293

적축 뿐만이 아니라 같은 리니어 계열인 흑축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나마 적축보다는 키압이 높은 흑축이니, 저소음축도 마찬가지로 흑축의 쫄깃한 반발력이 심심함을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안그래도 높은 키압에 먹먹한 저소음 댐퍼가 추가되면 체감 키압이 더 상승해서 저소음 흑축 역시도 일반의 흑축과는 사뭇 다름 키감을 지녔습니다. 분명 저소음 적축이 취향에 맞는 분들도 있겠지만, 상당수 저소음 적축 키보드를 구매한지 얼마 안되 중고로 방출하신 분들은 일반 기계식 스위치와는 너무다른 먹먹함 때문에 불호라고 느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걸림이 없는 리니어 스위치 + 저소음 댐퍼의 먹먹함 때문에 체감 키압은 오르고 바닥치는 느낌이 더 단단하게 느껴저서, 마치 맥북의 나비식 키보드 처럼 책상 바닥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듯한 먹먹함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저소음 적축을 처음 일렉트로마트에서 타건해보고 그 느낌이 마치 장마철에 눅눅해진 과자를 손으로 누르는 요상하고 답답한 타건감 때문에 저소음 스위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 타건감이 너무나 싫어서 구매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손으로 쪼물딱거리며 갖고 놀던 스위치 테스터에 두가지 스위치가 궁금해졌습니다. 스위치 테스터 샘플로 구매한 여러개의 스위치 중에서 카일과 게이트론의 저소음 갈축 스위치 두개가 다 있었기 때문에, 과연 두가지 스위치 중 어떤것이 내 취향에 더 맞을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축의 걸림으로 저소음 스위치의 먹먹함을 희석시키다

현재 한국에서 기성품 키보드로 저소음 갈축을 구매하려면 콕스와 엠스톤 두가지 브랜드 뿐입니다. 그리고 두 회사 모두 게이트론의 저소음 갈축을(이하 게저갈) 장착해서 판매중이죠. 스위치 테스터로 눌러본 게저갈은 기존 갈축처럼 미약한 걸림에 스프링 소음 때문에 제 취향으로는 상당히 거슬리는 키감이었습니다. 거기에 키캡 떨림 또한 상당히 거슬렸죠. 요즘에는 엠스톤에서 윤활 처리된 게저갈 제품을 판매하는것으로 보아 스프링 소음 문제는 해결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유튜브 영상에서 게저갈을 다룬 영상들이 꽤나 많은데, 게저갈의 걸림과 키감은 저소음 적축에 작은 모래 알갱이가 걸리적거리는 매우 미약한 걸림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거의 있으나 마나한 약한 걸림이라 저와 같이 걸림이 큰 키감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구매를 만류하고 싶습니다.

아콘의 AK87 DIY킷에 엠스톤 먹걱키캡과 함께 조합하여 사용중입니다.

반면에 스위치 테스터로 눌러본 카일 박스 저소음 갈축은(이하 카저갈) 공장 윤활이 된 것인지 스프링 소음도 적었고, 박스축의 구조상 키캡 떨림도 훨씬 덜했습니다. 거기에 걸림이 카저갈에 비해 좀 더 강해서 저의 취향에도 좀더 맞았구요. (물론 스위치 테스터로 눌러보는 스위치의 느낌과 키보드에 장착된 스위치는 보강반의 소재와 유무, 하우징 소재에 따라 같은 스위치라도 그 키감이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기준점이 되긴 힘들지만 그래도 각 스위치의 대략적인 키감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카저갈은 기성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저에게는 이미 핫스왑이 가능한 키보드가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아서 바로 스위치를 구하였습니다.


독특한 타건감과 타건음

처음 카저갈 스위치를 배송받고 키보드에 장착했을때의 타건감은 오묘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소음 축 특유의 먹먹함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택타일 스위치 특유의 걸림이 왠만큼의 먹먹함을 상쇄시켜줍니다. 보통의 갈축처럼 애매한 걸림이 아닌 비교적 뚜렷한 걸림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홀판같은 특주축의 크고 둥근 걸림도 아닌 어딘가 애매하고 신기한 키감이라고 느꼈습니다. 좋게 말하면 신박한, 나쁘게 말하면 이도저도 아닌 이 오묘함 때문에 구매 직후 처음에는 이 키감이 저에게 호인지, 불호인지 좀 헷갈렸습니다. 하지만, 계속 쓰다보니 독특한 타건음과 타건감이 점점 호감으로 변해갔습니다. 오랜시간 타건을 해도 부담이 없는 무난한 키압, 조용하지만 걸림 때문에 약간의 도각거리는 소리가 점점 매력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게저갈과 비교해봤을때, 게저갈은 걸림이 훨씬 약해서, 스위치 내부에 거슬리는 모래 알갱이가 굴러다니는 느낌이라고 흔히 표현합니다. 문제는, 모래알갱이 같은 약한 걸림은 취향의 영역이라고 해도 게이트론 스위치 특유의 뚜껑차는 울림 소리와 스프링 소음까지 겹쳐져서 타건감과 소리가 저에겐 더 경박하게 느껴졌습니다. 반면에 카저갈은 조금더 걸림이 큰 덕분에 적당한 구분감과 공장 윤활이 된 듯한 부드러운 소음 때문에 훨씬 제가 기대했던 기존의 '체리 갈축의 키감+저소음축의 조용함'에 훨씬 부합하는 느낌입니다.

전체적인 타건음은 약간은 무접점 키보드의 소리와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타건감 까지 무접점 같다는 것은 아니고, 노뿌 무접점의 보글거림에 아주 살짝의 토프레 무접점의 도각가림을 첨가한 듯한 소리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에 윤활을 해서 약간 먹먹해졌을 때의 소리하고도 얼추 비슷합니다.


인생키감에 점차 다가가는 느낌?

취향이라는것이 어떤 시기에 어떤 것을 경험하는가에 따라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청축 - 흑축 - 황축을 거쳐서 여러가지 특주 택타일로 취향이 넘어온 시점에서 도전해본 카일의 저소음 갈축은 인생 키감이란게 이런게 아닐까 라는 키감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체리 갈축의 키감 그대로 소리만 줄인 저소음 갈축이란 이름에 상당히 근접한 키감이라는게 저의 결론입니다.

물론 여전히 보다 더 확실한 걸림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키감일수도 있겠습니다. 좋게 말하면 기존 리니어 저소음 축의 눅눅함을 없앴지만, 나쁘게 말아면 저소음 갈축 특유의 먹먹한 걸림이 다소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키감으로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아마 체감 키압이 훨씬 가볍고 걸림도 약한 게이트론의 갈축의 경우 이런 푸석푸석한 감각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이보다 더 강한 걸림을 원하신다면 그 걸림에 맞는 특주 저소음 스위치가 개발되기를 기다리시거나, 50g이상 정도 키압의 저소음 무접점 키보드를 알아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현재 시점으로는 이 외에 다른 택타일 저소음축이 아직 없어, 선택지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저소음 적축의 먹먹함이 싫지만 그럼에도 걸림이 있는 조용한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을 원하시는 분
2. 기존의 일반 갈축의 키감 거의 그대로 저소음 스위치의 조용함을 동시에 원하는 분


이보다 더 조용하면서 큰 구분감을 원하신다면, 현재로서는 토프레 저소음 균등이 거의 유일한 대안일듯 합니다. 러버돔 특유의 눌리는 느낌이 싫으시다면 어쩔수 없이 저소음 갈축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러명이 한 공간에 함께 하면서 조용한 기계식 키보드가 필요한 경우라던가, 혹은 혼자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더라도 타건음이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분들께서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를 원하고 있지만 그 먹먹한 키감 때문에 구매가 꺼려지거나 타건감에 실망해서 금방 처분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적당히 재미있는 키감과 저소음, 두가지 목적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스위치가 될 것 같습니다.


에필로그

걸림이 있다보니 리니어 저소음인 저소음 적축이나 같은 카일 박스 저소음이지만 리니어 스위치인 핑크축에 비하면 조금은 소리가 나는 편이지만, 이정도면 사무실에서 저소음 키보드를 써야하지만 걸림과 키감의 재미 모두를 원하는 분들이라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정도라고 예상합니다. 왠만한 저가의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조용합니다.

대신, 카저갈은 아직 게저갈처럼 이 스위치를 장착한 기성품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핫스왑이 가능한 키보드와 함께 구매해서 스위치 교체를 하거나, 아예 커스텀 제작을 공방에 맡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사무용으로 이 스위치를 꼭 사용하고 싶다면, 한고무무라고 불리는 한성의 TFG 시리즈 키보드와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고무 하판이라는 특징 때문에 통울림과 소음이 적다는것이 특징이라 저소음 스위치들과도 잘 맞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풀키 버전 키보드는 설계 한계로 무든 하판 구역에 고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먹먹함과 소음 사이에서 밸런스가 잘 맞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한고무는 무선 블루투스 페어링과 맥OS지원도 가능합니다. 거기에 핫스왑도 가능하기 때문에 납땜 장비가 없거나 디솔더링-솔더링 과정이 귀찮고 부담스러운 분들도 쉽게 스위치 교체가 가능한 점도 장점이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극호입니다. 키감에 대만족이라 지금까지도 메인 키보드로 사용중입니다. 걸림이나 키압이 엄청 강하지 않아 제가 기존에 사용하던 특주 택타일인 아이스 블루축이나 청축에 비해 밋밋할수는 있어도, 그 적당한 키압과 걸림이 장시간 사용을 가능하게 해줘서, 게임부터 일상적인 용도까지 두루 사용이 가능한게 또다른 장점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동안 이 스위치의 키보드를 메인 키보드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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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건 영상:

https://youtu.be/XVWVNDhnV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