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린 키보드 튜닝 썰 & 샤오미 전동드라이버 리뷰

프롤로그

이번 포스팅은 제목 그대로 정직한 리뷰입니다. 키보드 튜닝을 친구에게 부탁 받았다가 고장을 내버렸거든요... 원래는 튜닝 리뷰와 함께 사용한 전동 드라이버를 함께 리뷰할 예정이었으나 키보드 튜닝을 자가로 시도하는 분들에게 저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알려드리는 리뷰로 급 변경하였습니다.

또 키크론이야

친구에게 튜닝을 부탁받은 키보드는 키크론의 K8 TKL 입니다. 알루미늄 바디와 핫스왑 RGB 기판을 가진 모델이었고, 사무용으로 사용중인데 통울림과 스테빌 철심 소리가 시끄러워서 윤활과 흡음 작업을 해줄 예정이었습니다. 예전에 친구가 회사에서 사용하는 맥북에 물려쓸 키보드를 고민하고 있길래, 키크론 살거면 아까우니 정 쓰고싶으면 내가 갖고있는걸 가져가서 써보고 결정하라고 말렸는데 이미 마음을 굳힌것인지 덜컥 구매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사용하면서 시끄러운 소음을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설날 연휴동안 제가 튜닝을 해주기로 한 것입니다.

최대한 고장나지 않게 조심히 해보겠지만 그럼에도 약간 망가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한다고 말했더니 어차피 중고로 구매한 거라서 조용하게 만들어주면 된다고 해서 바로 튜닝을 시작하였습니다. 모델은 다르지만, 이미 키크론 키보드를 한번 튜닝해본적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친구의 키크론 모델은 알루미늄 배젤이 감싸진 모델이라 튜닝을 위해 분해하려면 전용 육각 나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전동 드라이버를 받아 분해하였습니다. 상판 하우징이 없이 보강판이 노출된 비키형 구조라 나사만 풀어준 이후에는 분해 자체는 쉬운 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분해를 위해서는 키캡과 스위치를 전부 탈거해줍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키크론, 특히 K시리즈에 기본제공되는 키캡 퀄리티가 정말 형편없습니다. 친구의 키보드는 핫스왑 기판이라 어차피 윤활도 할 겸 스위치도 전부 발치했습니다. (스위치 윤활과정은 어차피 단순 노가다이므로 과정을 생략합니다.) 기존 키캡은 이미 중고품이라 번들거리기도 하고 키감에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남는 레오폴드 키캡으로 바꿔줄 예정입니다.

다음으론 보강판과 기판을 드러내기 위해 사이드 배젤을 탈거해야 합니다. K8 TKL의 알루미늄 배젤은 기존 K시리즈 하우징에 슬라이더 형식으로 끼우는 형식입니다. 알루미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인데, 혹시나 해서 제가 보유중인 K4에 끼워봤더니 딱 K4의 길이만큼 모자란것만 빼면 그대로 장착이 가능했습니다. 원가절감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다니... 친구는 분해 할때 알루미늄 흉내만 내놓고 사실상 플라스틱 하우징인 키보드를 비싸게 샀다는 사실에 좀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사지 말라고 했잖아...

배젤을 감산 알루미늄 슬라이더를 빼놓고 보니... 이거 어디서 봤다 싶었습니다. 혹시나해서 제가 갖고있던 K4에 끼워봤더니 그대로 들어가네요...

기판과 보강판을 분리하고 기판과 배터리 커넥터도 분리해줍니다. 전부 다 드러내고 텅텅 빈 내부에 흡음재를 채워줍니다. K4를 튜닝할때와 마찬가지로 이녀석도 내부에 어떤 흡음재도 없었습니다. 이미 갖고있던 다이소 문풍지를 흡음재로 사용합니다. 키크론은 하우징 내부에 쓸데없는 플라스틱 격벽이 있어서 포론 흡음재를 따로 재단하기가 쉽지 않아서 문풍지를 잘라 붙이는 것이 훨씬 쉽고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테이프 모드 입니다. 전기 쇼트가 나지 않도록 종이 소재의 테이프를 붙여줬습니다. 가끔씩 일판 스카치 테이프나 알루미늄 소재의 절연 테이프를 붙이는 경우도 있는데, 당연히 일반 테이프는 접척재가 녹으면서 전기 쇼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절연 테이프는 플라스틱 하우징엔 상관 없지만, 알루미늄 하우징인 경우엔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스태빌라이저도 다시 윤활해주었습니다. 남아있는 윤활제는 딱딱하게 굳어서 전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부 분해해서 닦아주고 새 윤활제를 발라주었습니다.

기판 스위치를 해먹어 버렸다...

이제 조립은 분해의 역순인데 키크론의 경우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하우징 외부로 돌출된 토글 버튼은 기판의 신호를 전환하기 위한 스위치와 잘 맞물려야 하는데, 이 기판에 붙은 스위치가 매우 작고 약합니다. 하우징 외부의 버튼이 기판에 붙은 스위치와 잘 맞물리게 조립을 해야 하는데 기판에 붙은 스위치가 부러졌습니다.

조립 당시에 모르고 연결을 해버렸다가 조립을 다 끝내놓고 테스트를 할때 알게 되었습니다. 기판 누드 테스트를 할때는 재조립 전 상태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부분이었죠. 결국 다시 분해해서 스위치가 부러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스위치 핀만 부러졌을 뿐, 기판의 다른곳이 고장은 아니었기 때문에 여전히 사용은 가능하긴 했습니다. 친구에게 전원을 못끄는 대신 무선모드로 고정해서 쓰거나 유선모드로 고정해서 사용은 가능하다고 알려주었는데, 무선을 써야 한다고 해서 핀셋을 사용해서 부러진 스위치 핀을 무선모드로 돌려놓았습니다.

그래도 살릴수는 있었다. 그러나...

해프닝 끝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키보드를 살려놓긴 했는데 이미 친구의 마음은 다른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제가 보유중인 다른 키보드를 이것저것 타건해 보다가 무접점 키보드 키감에 꽂혔나 봅니다. 이것저것 물어 보더니 이참에 무선 무접점으로 갈아버리고 싶다더니 튜닝을 의뢰한 키크론을 가지라고 합니다.

"이참에 키보드 그냥 바꿀까?"
".....므r?"
"그냥 바꿔야겠다. 그거 너 가져 ㅎ"

친구는 어차피 튜닝하다 약간 고장날 수 있는 점은 각오하고 있었다면서 임시로 제가 쓰지 않는 애플 매직 키보드를 잠시 빌려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튜닝해서 고쳐진 키감은 만족스럽긴 한데 무접점이 더 좋은거 같다면서 이미 마음을 굳힌게 아닐까 싶네요.

친구가 포기한 키크론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 주문했던 전동 드라이버가 배송완료되었습니다. 친구의 키보드를 튜닝하던날 사용했던 전동 드라이버를 잘 사용해서 동일한 것으로 주문했습니다.


생각보다 편했던 전동 드라이버

이전에 사용했던 수동 드라이버는 나사가 마모되지 않도록 힘조절에 신경 써야했는데다, 별나사나 육각나사같은게 체결되어 있으면 따로 구매해야해서 아예 나사별로 세트를 갖춘 전동 드라이버를 구매하였습니다. 여러 모델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샤오미를 구매했습니다. 가격이 비싼데 어차피 중국에서 OEM으로 브랜드 로고만 바꾼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직구대행을 거쳐서 구매했습니다. 아마 알리나 타오 직구가 가능한 분들은 훨씬 더 저렴하게 구매하지 않을까 싶네요.

알루미늄 케이스와 충전을 위한 C케이블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알루미늄 케이스는 일종의 똑딱이 식이라 옆면을 눌러서 빼게 되어 있습니다. 눌러서 트레이를 빼내면 교체가 가능한 나사 세트와 드라이버 본체가 같이 들어있습니다. 드라이버 본체는 처음에는 배터리가 없기 때문에 충전해서 사용을 해야 합니다.

좌우 회전 방향을 골라 드라이버를 돌리는 버튼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속도 조절 스위치는 가운데가 홀드(Hold), 막대기 하나가 느린속도, 막대기 두개라 빠른 속도입니다. 속도 조절 스위치가 있는 끝부분에는 충전을 위한 C타입 단자와 충전 표시를 위한 LED 구멍이 하나씩 있습니다.

정동 드라이버의 회전속도도 적당하고 그립감이 두꺼워서 연필 쥐는 자세로 쥐고 사용하기 아주 적당합니다.

친구가 사용을 포기하고 저에게 넘겼기 때문에 기판의 토글 스위치를 유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그리고 외부 스위치에 쓸려서 혹시라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게 될까봐 애매하게 튀어나온 스위치 핀은갈아서 핀셋으로 단단히 고정시켜 두었습니다.

또다시 튜닝

윤활한 체리적축도 키감이 나쁘진 않았지만, 여전히 심심한 키감이라 분해하려고 스위치를 뽑은 김에 저월백으로 갈아주었습니다. 예전에 저월백 스위치 리뷰때 영상 오디오가 날아가서 타건영상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다시 촬영할 겸 바꿔주었습니다. 레오폴드 키캡의 스페이스바는 살짝 휘어져서인지 키크론에 제대로 체결이 안되서 남는 키캡으로 대체해주었습니다.

스페이스바의 철심 소리가 유독 잡기 힘들어서 친구가 사용할 적축을 위해서 스페이스바에는 QK65 조립하고 남았던 스태빌 댐프너를 달았습니다. 적축의 키압이 약해서 잘 올라오지 않을까봐 스페이스바 부분만 황축으로 달아두었는데, 저월백은 택타일이라 걸림이 있기 때문에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스페이스바 소음 잡는 방법은 나중에 따로 미니 리뷰로 준비해보겠습니다.)

완성을 하고 보니 오른쪽 쉬프트 키캡이 좌우로 지진이 나는 문제가 생겼는데 또 다시 분해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일단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다시한번 튜닝을 하고 친구에게 다시 연락을 했습니다. 바꾼 저월백 스위치랑 키캡까지 고장난거 대신해서 달아줄테니 가져가서 쓸 것인지, 바꿀 것인지 물어봤는데 제가 대신 쓰라고 빌려줬던 애플 키보드가 더 낫다고 해서 일단 제가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유선 스위치로 고정 시키고 조립을 끝냈습니다. 이 상태로 C타입 케이블을 연결하고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RGB모델이라 연결하자마자 바로 RGB가 점등되네요. 무선 모드로 전환을 불가능 하지만 유선으로는 사용이 가능합니다.

심심한 적축 대신에 저월백을 달아줬습니다. 토프레 무접점 키감을 좋다고 했던 친구였기 때문에 달아보았는데 키감은 좋지만, 자기가 사용하기엔 키압이 높다고 해서 달지 않았던 스위치였습니다. 혹시나 회사가 아닌 집에서 사용할 용도로 쓸수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새 키보드를 구매하기로 결정해버리는 바람에 무산되었습니다.

갖고있던 레오폴드 키캡을 다시 씌워줍니다. 적축일때도 기본 키캡보다 훨씬 정갈한 도각거림을 제공해 주었는데, 두걱거리는 저월백의 키감과 소리와 잘 어울립니다.



에필로그

키보드 튜닝할때 아주 잠시라도 절대로 방심하면 안되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튜닝을 부탁했던 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서 제가 갖고있는 다른 키보드로 바꾸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우선은 애플 키보드를 잠시 쓰다가 더좋은 키보드로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갖고있던 무접점 키보드의 키감이 굉장히 좋았나 봅니다.

한무무의 경우 맥OS 모드도 지원하기 때문에 친구가 사용하던 환경에도 잘 맞기도 해서 나중에 친구가 한무무를 사게되면 돈을 좀 보태주거나 키캡을 선물해줄까 합니다.

친구 키보드를 고쳐보기 위해 구매했던 전동 드라이버는 대만족입니다. '그' 동네 직구가 좀 꺼림칙 하긴 하지만, 어차피 키보드 취미하려면 전부 그동에서 만드는 것들 뿐이라 달리 선택지도 없긴 하지만요... 키보드 같이 작고 세밀한 나사를 분해하거나 조립할때는 물론이고 컵퓨터 자가 수리나 조립을 할때도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거 같습니다.

그리고 키크론 키보드 튜닝할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기본 키캡의 퀄리티가 정말 형편없습니다. 다음 포스팅 에서는 좋은 키캡을 고를때 어떤 점을 살펴보는 것이 좋은지, 여러 키캡과 키크론의 기본 키캡을 두고 비교하는 리뷰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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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건영상:

체리 적축 장착 타건음
https://youtu.be/KYnrNO4hoJI

TTC 저월백 장착 타건음
https://youtu.be/Zs6Bg_6kbkw

 

 

 

 

https://polarbear333.tistory.com/140

PBT Fans Dolch PBT 키캡 리뷰

 

 

https://polarbear333.tistory.com/161

키보드는 키보드로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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